막힌 담을 허는 일 (독일에서 보여 주신 광경들)

by tentmaker posted Mar 30,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뷰어로 보기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지난 3월 독일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베를린 현지 교회들 연합으로 진행된 'Transforum'포럼에 참여하게 되어 생긴 기회입니다.

 

독일에 머무는 동안 전에 없던 어떤 인상이 마음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이 한장의 사진이 제 안에 새겨진 그 마음을 대변합니다.

 

 

포럼 중에 한 독일분이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그는 저에게

"한국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이스라엘 민족이 70년 포로생활을 마치고 귀환했듯이 남북이 70년안에 포로생활에서 해방되어 하나가 될 것을 기도하고 있다"

그리고는 그 다음날에도 찾아와 어깨동무를 해 주고 미소를 지어 주곤 했습니다.

 

.....................

 

마지막 날 '다리놓기'라는 테마의 워크샵에 참여했습니다.

'다리놓기'라는 테마는 교회와 세상간의 '다리'라는 주제로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워크샵에서 얘기하는 '다리'는 같은 기독교안에서 서로 다른 교회, '복음주의교회', '은사주의교회', '국가교회(독일에 있는), 심지어 '카톨릭'까지 서로의 차이점을 넘어서 어떻게 '다리'를 놓을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5~10% 의 정도의 차이에 집중하기 보다 90~95%의 동질함에 주목하자는 내용이었고,

강사들이 일방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참여자들이 '다리'를 놓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것들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제안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관용 / 존중 / 관심 / 배우려는 자세 / 마음을 여는 것(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 / 예수님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 섬김의 자세 / 하나님이 얼나나 크신지를 경험하는 것'

 

...................

 

주일 독일 현지교회 예배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우리를 위해서 찬양도 영어로 부르는 찬양으로 준비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해 주었습니다.

특별히 한국을 위해서 기도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합니다.

 

▲예배시작전

 

예배가 시작되고 드디어 한국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입니다.

독일 성도들이 한국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통일을 위해, 전쟁의 위기 가운데 지켜주시도록..

 

저는 나라를 위해 가끔 기도할 때가 있지만, 그건 뉴스가 터질 때나 대표 기도할 때 정도이지.. 마음에 담겨 있는 기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 예배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주님이 저를 다스리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는 열린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주님의 마음이 제 마음을 관통하신 것 같았습니다. 

 

...........................

 

예배 후 오후에 저희가 묵고 있던 숙고 근처에 벼룩시장이 열린다는 정보를 들어 가 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머물던 곳은 'Bernauer'라는 거리로 옛 동독지역이며 장벽이 지나갔던 인근에 위치한 지역입니다.

몇일을 머물면서도 동네를 다녀 볼 일이 별로 없었는데 그 날은 벼룩시장을 찾아 가면서 동네 이곳 저곳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동네 곳곳에 옛날 흑백사진을 상설 전시해 놓은 곳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서 있는 곳이 분단되었던 과거, 장벽이 이 마을을 지나가 동과 서로 나뉘어진 바로 그 곳입니다.

하루 아침에 나뉘어진 마을에서는 건너편 마을로 볼 일을 보러 갔던 아버지가 돌아오지 못하기도 하고, 가족이, 친척들이 졸지에 만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건너편에 부모님인지, 가족인지 모를 그들에게 자신들의 아기를 높이 들어 보여 주고 있습니다. 누구는 의자 위애 올라 서 건너편 그리운 누군가를 바라봅니다.

마음이 울컥합니다.

 

.............................................

 

좀 더 걷다 보니 벼룩시장이 있습니다.

엄청난 규모의 벼룩시장이었습니다.

두시간을 돌아도 다 보지 못할 정도로 큰 시장인데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습니다.

다리 아프게 돌아다 보다가 갑자기 커다란 공터가 나왔습니다.

어, 그런데 여긴 뭐지..? 아무 사전 정보 없이 와서 이런 곳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공터에는 잔디밭이 경사지게 있고 그 뒤쪽으론 운동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넓은 광장에 젊은이들이 천여명이 앉아 있고, 또 곳곳에서 버스킹, 마술공연, 삼삼오오 자리 깔고 앉아 수다삼매경에 빠진 사람들까지...

갑자기 만난 광경은 우리일행을 어리둥절하게 했습니다.

 

 

이곳은 '장벽공원'이었습니다.

과거 장벽이 있던 곳을 허물고, 개발하지 않고 이곳에 넓은 광장으로 공원을 조성한 것입니다.

주말마다 이 곳에 젊은이들이 찾아와 자유를 누리는 명소가 된 것입니다.

나뉘어졌던 고통의 장소가 자유가 넘치는 광장이 된 현장을 목격하면서 마음에 큰 울림이 몰려왔습니다.

 

..............................................
 

 

5O4A7722.jpg

▲베를린 시내 중심 장벽이 있던 흔적을 그대로 두었습니다.

 

▲장벽을 넘다가 사살된 사람들을 추모하는 곳(장벽이 무너진 1989년까지 추모하는 십자가가 있습니다.)

 

▲베를린 2시간 거리의 드레스덴, 과거 아름답고, 중요한 도시였던 드레스덴이 잿더미가 되면서 독일은 전의를 상실했다고 합니다. 분단이 되고도 동독은 복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통일이 되고서야 재건된 드레스덴, 화염에 검게 그을린 벽돌은 그대로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

 

독일에서 예기치 않게 새겨 주신 마음은 '막힌 담을 허무는 것'에 대한 갈망입니다.

주님은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막힌 담을 허물기 위해 오셨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막힌 담을 허물기 위해 오셨으며, 그 일을 위해서 사랑의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나뉘어 지는 것은 순식간이며,

그 이후부터는 우리는 얼마나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며 상대방을 괴물로 만들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저 어릴 때만 해도 북한은 항상 뿔달린 머리에 빨간 악마 였습니다.

 

신앙안에서도 우리 안에 99%의 동질성 '예수그리스도'가 우리 안에 계시는 사실보다

1%의 다름에 집중해 끊임없이 담을 쌓아 갑니다. 

 

이번에 분명한 어떤 사실이 생각되었는데 그것은

담이 쌓이면 어느 한쪽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유 서독, 얼어붙은 땅 동독.

자유 남한, 고통의 땅 북한.

이렇게들 얘기하지만 실상은 양쪽 다 미움, 교만, 오해.. 그 어떤 것의 포로가 됩니다.

자유롭지 않습니다.

나에겐 영향이 전혀 없다고 모른 척하고 살아도 바램일 뿐 정직해야 합니다.

우리는 다 결박되었습니다.

그래서 기도해야 합니다. 막힌 담이 허물어지도록,

 

'용서는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라고..'

이번 포럼에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온 한 청년이 내전에 휩싸여 자신의 부모를 학살한 친구를 용서하며 그 용서가 자기를 살렸다고 간증하는 말이었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주님의 도전에 통일을 위해 기도합니다.

70년이 지나지 않아 포로귀환이 일어나기를..

그러고 보니 1950년 발발한 전쟁은 이제 68주년입니다.

바램으로라도 기도합니다.

그리고 주변에 나뉘어진 모든 고통으로부터도 자유케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

- 에베소서 2:14